스물두 번째 기획시리즈 ‘자작나무 그늘에 드리워진 꿈 서양화가 임현오’

나무행색을 하고 겨우 무릎께 까지 자란 녀석 옆으로 또 한 잎 살포시. 잎이 떨어져 생긴
구멍으로 파고들어오는 삶의 빛. 가고 오고, 나고 자라고, 벗겨져 날리고 다시 날리고...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5개 팀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총 5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스물두 번째 이야기 자작나무 그늘에 드리워진 꿈 서양화가 임현오

서양화가 임현오의 작품은 실재하는 자작나무 형상을 따뜻한 인간의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살을 붙이듯이 덧바르고 채색을 하며 섬세한 선들로 화면을 채우고 있다. 실제도, 이미지도 아닌! 그렇게 완성된 캔버스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늘은 빛이 있어야 제대로 존재한다. 외부로부터 전달되어지는 빛의 각도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의 면적과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대비 효과는 그의 작품이 다양한 표정을 갖게 한다. 그러기에 그 자작나무의 그늘은 날마다 새로이 태어나는 작가로서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Q : 우선 본인에 대한 소개 먼저 해주시죠.

A : 저는 자작나무를 화면에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그 형상을 부조회화의 새로운 형식으로 미술작품을 제작, 발표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술에 있어서 오브제란 그림화면에 붙여 조형언어로 사용되는 물체를 일컬음)

1971년 안동출생으로 서부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 안동중학교, 안동고등학교와 안동대학교 미술학과(서양화전공)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였습니다.

현재까지 개인전13, 단체전 120여회 이상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주제와 표현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안동대학교 서양화전공 강의 및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술지도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 현재의 작품 표현방식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요?

A : ~ 지금의 표현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기 이전에는 연필소묘와 수채화, 유화를 위주로 풍경, 인물을 중심으로 자연 재현적이며 전통회화의 표현방법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학부를 졸업할 즈음하여 다양한 물성을 가진 재료들을 오브제로 사용하였으며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모레, 시멘트, 석고붕대 등을 이용하여 실험적 요소가 강한 그림들을 시도해왔습니다.

이후 동양의 전통적 미술재료인 한지와 먹, 서양의 전통적 미술재료인 유화를 사용하여 초현실적인 그림을 선보이기도 하고 인체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실제처럼 보이도록 그리는 트릭아트의 성격을 띤 극사실적인 표현에 이르는 다양한 작업을 하며 하나의 일관된 방향을 고집하기보다 항상 변화를 모색해왔습니다.

2015년부터 죽은 자작나무를 이용하여 부조형식의 회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작나무의 껍질부분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조화로운 화면 구성을 위해 일부분은 나무가 아닌 다른 소재로 만들어 연결한 다음 아크릴 물감이나 유화물감으로 덧칠하여 그리는 방식으로 평면과 입체를 공존시키고 있습니다.

이렇듯 평면의 전통회화 방식에서 부조형식의 회화방식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어두움을 밝히거나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 을 하나의 조형요소로 인정하고 직접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빛과 부조형식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작품이 전시되어지는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으로 작품을 비추는 빛의 위치와 강도에 따라 화면에 생기는 그림자의 모양과 강도 또한 달라지며 이를 통해 하나의 작품에서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작나무 그늘 - 내 마음의 풍경

Q : 대표적인 작품이 궁금해요

A : 최근 몇 년간 자작나무 그늘 - 내 마음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연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작나무라는 자연적인 주제를 표현하고 있지만 사용되는 색채는 자연의 고유한 색을 사용하기보다 작가가 느끼는 인상의 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핑크나 민트색, 연보라색등의 과감한 색채와 입체가 만들어내는 실제공간은 관람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네 달콤한 혀끝의 독

뿐만 아니라 최근 작품 중에는 인물과 과감한 필체가 공존하는 바라보다라는 작품과 2010년을 전후로 사람의 입술을 주제로 제작한 네 달콤한 혀끝의 독’, ‘어느 우울한 날’, 2012년을 기점으로 한지와 먹, 유화로 제작한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시도와 실험정신을 발휘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Q : 예술가로서 본인이 가진 특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 질문의 요지가 작가정신 또는 작가로서 가지는 이상이 무엇이냐? 라고 이해한다면 저의 작가적 특색은 한마디로 흐르는 물이라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재료가 갖는 조형언어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시도와 실험적 표현방법의 모색을 이어오면서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라는 말처럼 생각과 표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끈임 없이 변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노력은 저 자신은 물론 관람자의 입장에 있어서도 앞으로 제작되고 발표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갖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Q : ‘자작나무 그늘-내 마음의 풍경연작의 세계관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신다면?

A : 저의 최근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는 자작나무 그늘-내 마음의 풍경 (Shade of white birch-The view in my mind)” 작품을 통해 가끔 왜 자작나무를 표현하고자 하며 때로는 죽은 나무를 산에서 직접 캐스팅하여 작품에 사용하는가?’ 라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저의 작업노트를 보면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해 떨어져 쌓인 잎들 위에 쓰러져 낡은 피부를 바람에 보내며 몸부림치는 나무.
긴 몸뚱이 위로 마지막 숨을 다한 잎 하나가 떨어진다. 그 옆 싹틔운 지 얼마나 됐을까?
나무행색을 하고 겨우 무릎께 까지 자란 녀석 옆으로 또 한 잎 살포시. 잎이 떨어져 생긴
구멍으로 파고들어오는 삶의 빛. 가고 오고, 나고 자라고, 벗겨져 날리고 다시 날리고...
그렇게 자작나무는 조용히 강렬하게 마음에 들어온다.
이 쓰러져 죽은 몸뚱아리를 다시 살리리라 껍질을 통째로 벗기고, 부서져 내린 껍질을 다시 붙이고, 속을 파내어 다시 살리리라. 내가 흘린 땀방울이 뒤섞이고 석고붕대와 반죽된 아크릴필러와 안료가 이놈을 다시 살리리라. 그 위를 지나가는 내 손길과 끝에 잡힌 붓과 빗자루와 마대자루가 다시 살리리라. 그리고 부서져 없어지는 날 까지 살아라! 네 몸뚱이가 그림인양 그림이 네 것 인 양...”

이 글에서 화가로서 느끼는 현실의 무게와 삶에 대한 몸부림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쓰러져 죽은 나무는 제 자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삶의 여러 모습 속에서 꺽이고 부서져 내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자작나무는 자웅동체로서 암수가 한 몸에 있습니다. 스스로 생명력을 갖고 있으며 얇은 껍질은 기름성분이 있어 아주 오랫동안 썩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혼식에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이 있죠? 이때 라는 한자가 자작나무를 뜻합니다. 또 자작나무 껍질에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을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작나무의 특성과 의미를 통해 죽은 나무를 그림에 다시 살림으로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치유되어지기를 원하며 삶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생명력 넘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과 바램을 담고 있습니다.

Q : 지역출신의 예술가로써 미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역할이 있다면

A : ~ 저는 개인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학교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를 유채, 아크릴, 수채, 연필등 다양한 재료로 서양화실기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술협회, 경북미술협회, 안동미술협회, 신세기청년작가회, 신구상회의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미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의미 있는 전시를 기획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임에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음을 현실적으로 동의합니다. 여기에 아울러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윤택하게 하는 것은 예술분야가 상당부분 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라면 자신의 이상추구와 더불어 예술문화 발전을 위한 사회적 참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 앞으로의 작품과 미술과 지역문화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

A : 앞으로의 저의 작품 표면적 방향에 대해 확실한 답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기계적 습관적으로 제작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온기 특히 화가로서 저의 체온이 느껴지는 작품을 제작하고 보는 이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 출신으로 지역미술과 문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현재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 우선 지역민이 예술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라보다

누군가 예술가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라고 했습니다. 별 하나 하나 마다 자신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예술가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존재로서 또는 하나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서 그 내면을 예술이라는 형식을 통해 뿜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미술작품 또한 다르지 않으며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과 고뇌를 쏟아 부은 것임을 관람하시는 지역민들이 이해하고 작품과 작가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예술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안동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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