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인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박화목 시인의 시에 작곡가 윤용하가 곡을 붙인 우리가곡 보리밭이다.

어릴 적 소먹이 꼴 베러 고개 너머 푸른 보리밭이 그림처럼 펼쳐진 들녘에서 미루나무 그늘 아래 더위를 식혔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옛적 보릿고개 가난했던 시절 밥에 잡곡보다 나물이 더 많이 들어간 잡곡나물밥 먹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오늘날 나의 건강을 지켜준 최고의 웰빙식이었던 것이다.

과연 한국농업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오늘날 농악대의 깃발에만 살아 있다. ‘농업이 망한 바탕 위에서 국가의 성장은 있을 수 없다는 시각과 농업은 경제성장의 귀찮은 걸림돌이란 시각이 뒤엉켜 있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굶주린 배를 안고 농업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와 헬스클럽에서 살을 빼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농업은 귀찮은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살고 있다.

한국 농업은 해방 후 50여 년 동안 기술진보에 의한 생산성 향상으로 녹색혁명을 이루어 주곡 자급을 달성하였으며, 농업경영의 전문화를 실현하여 과거에 없던 안전한 농·식품을 생산하여 소비자에게 폭넓은 선택기회를 주는 등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16%에서 20191.8%로 축소됐다. 20132847천 명이던 농가인구도 20222165626명으로 줄었다. 2021년 쌀 자급률 89.2%, 곡물자급률은 20.9%.

21세기 들어 곡물시장은 지난세기의 공급과잉에서 공급부족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세계 식량수급의 완충역할을 해온 곡물재고율이 급락하고, 공업·사료용 곡물 수요가 늘어난 데다 투기자금까지 유입되면서 식량파동이 야기되었다. 세계 곡물수급 불안에 따른 식량위기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간에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각 국은 식량확보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식량전쟁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식량안보군사안보보다 우위에 놓이게 되는 시대가 도래 하는 것이다.

농업은 국내자원 의존적 산업으로 식량을 제공하고 수자원을 저장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며 고령화된 노동력을 고용하는 산업이다.

농업생산이 환경에 기여하는 것을 OECD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하고, WTO에서는 농업의 비교역적관심(Non-Trade Concerns ; NTCs)’이라 부른다.

글로벌 경쟁시대가 심화되면서 자원과 환경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고 식량위기마저 가시화되고 있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식량안보에만 치우쳐왔던 전통적 관심이 에너지원천 생산적이고 자원순환적인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비록 농업이 우리 경제의 성장견인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작지만 우리 경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농업은 이제 바야흐로 경관농업그리고 ‘6차 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업문제는 차가운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최소한 수준 정도로 농업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제 남은 숙제는 어떻게 하면 농민들의 소득향상과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변곡점에선 한국농업에 대해 정부와 농민단체 그리고 농업전문가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 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네츠(S. Kuznets)농업을 소홀히 하더라도 후진국에서 중진국까지는 갈 수 있어도 선진국까지는 진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안동호 섬마을 청보리밭 축제에서 전환기에선 농업소멸과 고령화시대에 한국농업성장의 발상전환을 통한 미래 이정표를 바라 본다.

무려 34개월 만에 코로나19 엔데믹선언으로 코로나 재앙의 긴 터널에서 벗어났다.

보리가 익어가는 이 아름다운 계절!

안동호 섬마을, 바람에 흔들리는 낙동강, 물결치는 청보리밭 축제가 이번 주말 그동안 지쳤던 도시민들에게 옛 추억을 불러오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선비순례길목의 힐링명소 가는 곳마다 손짓하고 있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에서 처럼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찾아가면 인근 외딴 강마을에도 수 만평 펼쳐진 밀밭에서 술익는 마을 맹개마을 소목화당에서 방문객을 맞을 것이다.

"거칠은 내 동산에 샘 하나를 찾았어라

물인들 많사오리 웬 맛인들 좋으리만

임이여 오시옵소서 샘물을 마시옵소서"

춘원 이광수의 시조 에서

 

                                                              조상인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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