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기획시리즈, 서양화가 이승희

음악교사로 활동하다 늘 마음속에 그림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다 뒤늦게 소묘를 시작하면서 그림을 시작,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가 이승희.
“제 그림 안에서는 자연에 사람이 기대어 있고, 사람은 자연을 꿈꾸는 그런 관계이면 좋겠어요.”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5개 팀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총 5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서양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

 

                                                     

Q 자기소개와 작가님의 그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유년 시절을 외가인 임동 지례에서 보냈고, 20대 중반에 안동으로 와서 제 2의 고향이 되어 살며 서양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입니다.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주로 그리는 제 그림의 소재는 안동 인근의 자연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 그림의 따뜻한 느낌이 좋다고 하는데, 어릴 때 외가에서 여름이면 강가 모래사장에서 미루나무를 꺾어 모래 위에 꽂아 담을 만들고 지붕을 얹고 납작한 조약돌을 깔아 방을 만들어 놀던 기억, 겨울이면 언 강에서 동네 오빠와 앉은뱅이 썰매를 탔고, 토끼가 뛰어다니는 눈덮힌 산을 헤집고 다니던 기억, 밤이면 어른, 아이 모두 사랑마루에서 호롱불을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아 노래자랑을 했던 정겹던 기억들, 박수소리, 반짝이던 눈동자, 이 모두가 제 그림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Q 음악교사로 활동했다고 들었는데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아기 때부터 그림에 대한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고 엄마가 웃으면서 말씀해 주셨어요. 엄마에게 업혀 엄마 등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수없이 그렸다고...

초등학교 때의 꿈은 만화가였어요. 그 때는 인형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공부는 안하고 늘 인형을 그려서 친구들에게 주고는 했지요. 아마 저에게 인형을 받지 못한 친구는 없었을 거예요.

·고등학교 때는 미술선생님의 관심을 받는 학생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친구 따라 음악을 하게 되었고 전공으로 이어졌어요.

그러나 늘 마음속에 그림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다가 안동에 와서 뒤늦게 선생님을 찾아가 소묘를 시작하면서 그림을 시작한 것이죠.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을 늦게 시작했으니 집중도가 그만큼 높았다고 할까요? 누구보다 열심히 그렸다고 자부합니다.

퇴근하고 화실에 가서 12시까지 그리고 난로에 연탄불을 갈고 집에 가는 일도 많았지요. 12시 넘어 밖으로 나오면 건물 안과 밖이 모두 깜깜하고 아무도 없는 건물에 혼자 있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어요.

세월의 흔적Ⅰ, 세월의 흔적Ⅱ 162.2×97.0 Oil on canvas

Q 그럼 음악과 그림이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인류의 역사에서 음악과 미술의 만남은 암각화와 벽화에 그려진 춤과 악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벌써 그 때부터 소리의 울림인 음악은 그림과 많은 연관성을 가졌었다고 생각해요.

노래에서 클라이막스나 기악곡에서의 주제들이 있듯이 그림에서도 나타내려는 주제가 전체의 소재와 조화를 이루지요.

그림 전체에 중요한 부분을 차치하는 화면 구성, 구도처럼 악곡에서도 형식이나 구성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으며, 그림에서 전체적인 조화와 흐름은 악곡의 흐름과도 같다는 생각이예요.

또 화성이나 리듬감 역시 음악에서나 그림에서나 풍부함을 주고 움직임으로 인한 역동성, 생동감은 작품을 더욱 다채롭게 하지요. 이런 요소들은 작가들의 의식, 무의식 속에서 음악과 미술이 서로 작용하면서 작품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쇤베르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칸딘스키는 쇤베르크의 무조성의 불협화음의 음악을 듣고 추상화를 그렸는데 리듬감이 주는 역동성이 강하게 느껴지죠. 그는 음악이 있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답니다.

음악가 드뷔시도 인상주의 화풍인 모네의 영향을 받아 달빛을 작곡했고, 마티스역시 바이올린 연주를 즐겨하였고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는 음악과 미술적인 재능을 모두 가진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재능을 주신 부모님께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리Ⅰ, 오리Ⅱ 31.8*31.8 Oil on canvas

Q 작가님의 그림에는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기술적으로 능숙한 그림보다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요.

시대가 발전할수록 예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사회에서 열심히 일하여 성취감을 느끼고 행복해하지만 때로는 그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낙오되거나 소외되어 힘들어하기도 하지요. 시대의 발전은 예술의 발전과 함께하게 되고 예술을 필요로 하지만 소외되거나 낙오되는 사람에게도 예술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예술의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웃음치료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예술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고 치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더구나 제가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되고 행복한 일인지 알고 있어요. 제 그림 안에서 사람과 함께하는 이유입니다.

제 그림 안에서는 자연에 사람이 기대어 있고, 사람은 자연을 꿈꾸는 그런 관계이면 좋겠어요.

비는 내리고 50.0*72.2 대화 50.0*65.1 회상 40.9*53.0 꽃그늘 아래 90.9*72.7 작약이 있는 풍경 65.1*53.0 Oil on canvas

Q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나요?

A 개인전을 할 때 일화가 있어요. 제 그림 속의 한 인물이 '돌아가신 우리 엄마를 닮았다'고 먼저 보고 간 여자 분이 남편을 데리고 찾아오고 다음 날 그 집안사람들이 모두 다녀갔어요. 결국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 돌아가신 엄마를 그림 속에서라도 만나고픈 안타깝고 웃지못할 일이 있었던 전시였어요.

또 윈터아트페스티벌 전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코로나에 걸려 마지막 날만 자리를 지켰던 것이 특별했는데, 계획서와 관련 서류에 따라 비용을 지원, 전시 중에는 불편한 점까지 세세히 살펴주셨으며 많은 홍보를 해주셔서 편안한 전시를 할 수 있었어요.

작가들에게는 창작에 따른 고충은 물론 있겠지만 작업이나 전시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움이 많고 홍보나 작품 판매도 쉽지 않은 요즘인데 이런 기획 전시의 기회가 많아져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예술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작품들이 제작되겠지요. 더구나 적극적인 홍보로 인해 작품들이 판매로 까지 이어진다면 이것이 문화 선진국이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Q 작가로써의 나의 역할이 있다면?

A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해서 얻는 저의 발전이 미술계의 발전 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써 그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요, 나아가 한국미술협회, 청색회, 대한민국회화제, G-art, 신구상전 등의 제가 속한 미술단체들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작품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역 예술을 널리 알리고 더불어 그림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안동을 알리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코스모스 72.7*72.7 정물 53.0*45.5 Oil on canvas

Q 2022년 남은 기간 동안 활동 계획과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는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는 편인데요, 9월과 11월에 열리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전과 강동문화원 주최 모란꽃전이 이색적이라서 참가할 계획이고요,

이 밖에도 지역 작가로써 여러 단체의 전시회에 참가하여 다양한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배우고 교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10월에 대구에서 개인전이 있어요. 아직 대구에서는 한 번도 전시회를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겠지만 대구의 작가들과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과 만나는 시간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의 예술성은 그 사람의 재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들이 함께 작용하여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작가의 노력이 이끌어낸 능력이 있어야겠고, 작가를 보는 주변의 시선, 격려, 작품에 대한 관심, 이해 같은 것들이 작가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사회 전체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작품과 작가와 그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가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격려할 때 작가의 예술성은 더 빛을 발하게 될 꺼라 생각하면서 관람자들의 높은 관심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이 기사는 안동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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