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의 시대에, 웰-다잉(Well-Dying)을 생각하다!

한국국학진흥원은 1124() 10시유교문화박물관에서 군자유종(君子有終), 선비의 죽음이라는 주제로 정기기획전을 개최한다.

“일생동안 평안히 살다가 천명을 마치다.[考終命]” -『서경』「홍범구주(洪範九疇)」의 마지막 아홉 번째 조항은 ‘오복(五福)’이다. 오복은 ‘수(壽)’ 오래 사는 것, ‘부(富)’ 재산이 넉넉한 것, ‘강녕(康寧)’ 편안하고 안락한 것, ‘유호덕(攸好德)’ 군자가 덕을 즐기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고종명(考終命)’으로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생각하는 죽음에 대한 대표적인 의식이 이 책 서경에 녹아 있다. (『서전(書傳)』, 의성김씨 지촌종택 기탁자료,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일반인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외롭고 슬픈 주제이다. 무섭다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죽음은 전시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으레 저승사자, 귀신, 무덤, 시신과 같이 꺼려지는 단어가 연상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전시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는 조선시대 유학자의 죽음을 주제로 구성한 것은 죽음이 그렇게 어둡고 무섭고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고 설명한다.

조선시대 유학자의 죽음은 유교경전의 가르침에서 기인한다. 중국의 유교경전 가운데 하나인 서경(書經)에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섯 가지 복() 가운데 하나를 천명을 다하고 죽었다.’는 의미로 고종명(考終命)’이라 하였다. 자기 할 일 다 하고 마침내 끝맺음으로 죽는 것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군자유종(君子有終)’ 역시 덕을 베풀던 군자가 마침내 끝맺음으로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행복한 죽음을 시사한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죽음을 하나씩 따라가면서, 죽음이 결코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해준다.

1부에서는 유교경전 속에서 죽음에 대해 전하는 일관된 인식, 죽음은 곧 휴식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2부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죽음을 담은 일기와 유훈(遺訓)을 통해 이들이 평온하게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담았다.

3부에서는 떠나간 유학자들을 절제된 예로서 보내는 남겨진 자들의 기록을 담았다.

4부에서는 삶을 떠난 유학자의 사상과 학문을 계승하고 추모하는 후손과 제자들의 기록을 통해 유학자의 몸은 죽었으나 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는, ‘사이불후(死而不朽)’의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 5부에서는 유학자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죽음의 사례로, 서세 450주년을 맞이한 퇴계선생의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죽음은 두렵거나 슬퍼해야만 할 개념이 아니라 생을 잘 마무리하며 끝을 맺는 휴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웰-(Well-Being) 시대를 넘어 웰-다잉(Well-Dying)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조선시대 선비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의 하나이다.

이번 전시는 20201124일 오전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내년도 430일까지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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