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기획시리즈 ‘극단안동 대표·지역의 연출가 김신근’
‘지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10개 팀을 대상으로 총 10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열여섯 번째 이야기 극단안동의 대표이자 지역의 연출가, 김신근

지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모든 문화예술이 수도권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관습에 도전하고자, 단원 3명으로 시작, 현재 많은 성장을 일구어 낸 안동의 ‘극단 안동’ 김신근 대표는 코로나로 잠시 멈춰진 봄, 앞으로 또 달려 나갈 길을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다.

Q. 안동대학교 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과감히 연출가의 길을 택하게 된 이유는?

A. 대학 졸업을 할 즈음 장래에 대한 담당 교수님과의 면담이 가장 큰 계기였는데요, 사실 저는 노래에 재능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알면서도 4년이라는 시간이 아까워 놓지 못하고 있던 중, 교수님께서는 제게 성악전공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성악가가 되지는 못한다. 성악가의 길 보다는 공연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순간에는 많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교수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오히려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를 정확히 진단 해주시고 응원해주신 거였으니까요. 그렇게 졸업 후 공연기획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서 공연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공연기획에서 연출로 넘어가게 되는 데에는 2013뮤지컬 원이엄마가 또 한 몫을 했죠. ‘지역인력과 함께하는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공연이라 연출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여인력이 지역예술인들로 꾸려졌던 작품이었습니다. 저 또한 지역인력으로서 기획파트에 참여를 하려다 우연히 조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처음으로 연출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공연기획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었었습니다.

뮤지컬 원이엄마

그 작품을 계기로 2014. 또 다른 작품에도 조연출로 참여하였고, 그렇게 연출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변에 함께하던 문화 예술 인력들과 함께 극단을 조직하였고, 지금은 극단의 대표이자 연출가로서 단원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공연을 올리면서 지역에서 예술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고, 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문득 그때를 돌이켜 보면, 성악을 전공하고 공연기획을 했던 경험이 지금의 연출가의 길을 걷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이 주는 감동을 작품에 적절히 녹여낼 수 있고, 공연이 기획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며 그렇게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도 제가 만드는 작품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으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고민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주어지는 기회를 통해 계속해서 나아가시다보면 언젠가 나만의 길이 생기실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세상에 정답은 없으니.

연극 파락호 김용환

Q. 극단에서 선보였던 대표적인 작품은?

A. 2018년과 2019년에 선보였던 파락호 김용환이 아닐까 싶은데요, 독립운동가 김용환선생님에 대한 작품입니다.

2013년 즈음부터 개인적으로 굉장한 관심이 있었던 서사라 2014년에 작품 제작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어 계속해서 아쉬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극단안동을 운영하게 되면서 공모사업에 지원하였고, 덕분에 5년 만에 작품제작을 할 수 있었던 공연입니다.

작품제작 과정에서 김용환 선생님의 종손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약속드렸고, 문중 어른께서 적극적으로 많은 자료를 제공해주셔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연극 파락호 김용환

Q. 공연에 대한 간단한 설명

A. ‘파락호라는 말은 재산이나 세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팔아먹는 난봉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 김용환 선생님은 다른 독립운동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의병 활동, 의용단 활동 등 선비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나라를 위해 힘쓰셨던 김용환 선생님은 4번의 수감 이후 급작스레 다른 사람처럼 변하셨다고 합니다.

, 노름에 빠져 집안의 재산은 물론 학종 종택을 세 번이나 팔아먹고 죽는 그 날까지 평생을 파락호라며 손가락질 받았던 학봉문중의 종손이라는 설명이 50년 동안 사실인 것처럼 떠돌아다녔으니까요.

하지만 50여년이 지나 그 모든 행적이 독립운동을 위해 가족들마저 속였던 위장이었음이 밝혀졌고 대한민국 건국 훈장수여를 통해 죽은 후에야 독립에 많은 기여를 한 독립운동가로 인정받게 되었던 분이십니다.

이 드라마틱한 실화는 독립운동가들 중에서도 유일무이한 독특한 서사이기도 하지만 저는 다른 시각으로 그 분을 생각했었습니다.

연극 파락호 김용환

어떻게 가족들에게도 밝히지 않은 채 평생 파락호 행세를 하며 가진 재산을 전부 독립운동을 위해 쓰셨는지,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분의 대의를 위한 희생적인 삶을 많은 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만들었던 공연이었죠.

때문에 단순히 독립운동가의 활동 사실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이 그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어떤 인간적인 면모와 내면적 갈등,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셨을지, 그리고 후대인 우리가 그분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들고 싶어 참 고민도 많았던 작품이었죠.

덧붙여 독립운동의 성지인 안동에서 특별한 서사를 가진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기에 굉장히 의미가 크고 더욱더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뮤지컬 퇴계연가

Q. 극단 안동의 방향성은?

A. 일단은 좋은 공연을 꾸준히, 많이 올리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2016년 극단 창단 이래로 매년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을 최소 세 번은 올리고 있는데요, 모든 분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사 속 삶의 의미와 인간다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잊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저희 단체만의 색깔로 잡아가고 있습니다.

또 지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 언젠가는 좋은 공연을 가지고 전국을 돌아다녀보고 싶습니다.

뮤지컬 필근이 온다

Q. 안동의 떠오르는 연출가라는 말이 있던데?

A. ‘떠오르는 연출가라기보다 제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심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 작품은 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완성해가는 것인 만큼, 제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제 곁의 많은 분들이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함께 해주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직 배워야할 것들과 경험해야 될 것들이 무궁무진한 연출가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배움함께하는 사람들이 저와의 작업을 통해 느끼는 행복에 무거운 가치를 두고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가 보려 합니다.

연극 김점례 할매의 이름찾기 운동

Q. 그렇다면 극단 이외에 어떤 작품들에 참여를 했나

A. ‘오페라 금지옥엽’, ‘가족 뮤지컬 웅부전’, ‘2019 뮤지컬 퇴계연가등이 있습니다. 또한 작품 공연 외에 퍼포먼스나 행사도 진행하였는데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서 2016년부터 매년 시장놀이패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탈춤 공원에 집중되어있는 축제를 안동시 전역으로 확장시키고 전통시장을 홍보하는 목적으로 시장을 돌며 관광객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는 넌버벌 퍼포먼스(말을 하지 않는).

오페라 금지옥엽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A. 하나하나 소중했던 작품들이라 전부 다 설명 드리고 싶지만, 참아야겠죠?(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제 전공이 성악이다 보니 다른 연출가분들 보다 시작이 좀 더 유리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오페라 금지옥엽이 생각나네요.

서양의 오페라와 달리 연기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 오페라의 문제점에 초점을 두고 연기에 집중, 신경 써서 연출을 했던 작품입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작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성악가들과 함께 대본을 읽고 캐릭터와 작품에 대해 분석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었죠.

문득 이러한 작업이 익숙하지 않은 성악가분들에게 너무 무리한 일을 부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한 성악가 선배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잘하고 있다는 한 마디에 힘을 얻어 올해로 3년째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도 좀 더 발전한 모습으로 관객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극 모두 잘 지냅니다.

Q. 연출이라는 직업의 매력과 장단점은?

A. 연출이라는 직업의 매력. 대본을 보고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을 무대에서 구현하는데 있죠. 고정관념을 없애는 노력을 통해 다양한 해석과 분석을 통해 무한한 상상의 무대가 펼쳐지는 데에 큰 희열을 느낍니다.

또한 배우들, 스텝들과 함께 토론하고 분석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면서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바라 볼 때면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당연히 단점은 존재하죠. 공연날짜가 다가올수록 굉장히 예민해져서 잠도 잘 못자고 스트레스 정도도 굉장히 큰 직업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스텝들과 배우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연출은 특히나 모든 스텝과 배우들을 이끌고 가야하는 위치이기에 더 큰 무게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연날짜가 다가오면 잘 때 꿈에서도 연습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장점은 그렇게 힘들게 올린 공연이 끝나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혹은 출연진들이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정말 모든 고생이 마법처럼 해소되고 가슴 뭉클 해지는 감동을 계속해서 경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석주 이상룡 중국공연

Q. 지금 준비하거나 계획 중인 작품이 있나요?

A. ‘석주 이상룡 : 세 가지 소원이라는 공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난 해 2월에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필엔터테인먼크 주관, 극단안동 제작)을 석주 이상룡 선생님에 관한 연극을 중국 창사에서 공연하고 왔습니다.

행사 사정상 40분 분량으로 짧게 공연을 올릴 수밖에 없어서 저도 단원들도 아쉬움이 남았었던 터라 올해 경북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기획지원사업이라는 공모사업에 본 공연을 신청했고 다행히 선정이 되어 준비 중입니다.

지난 파락호 김용환공연에 이어 석주 이상룡이라는 또 다른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인 만큼 이 작품 또한 그 분의 내면적인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셨던 그 날 그때의 석주 이상룡 선생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그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풀어보고 싶네요. 중국공연의 아쉬움을 올해 11월에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웅부전

Q.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 확대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A. 일단은 본질에 충실하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통해 꾸준한관객을 조금씩 확보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자연스레 지역의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합니다.

부족한 지역의 배우 인프라를 채우기 위해 배우양성에도 힘을 쏟으면서, 재미나고 좋은 작품들을 제작하고 공연 하는 것이 제가 가지는 직업에서 지역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요?

뮤지컬 퇴계연가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문화예술 인력들이 만들어 매년 공연되고 있는 지역의 많은 작품들은 관심과 관람 그리고 비평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됩니다. 발전 가능성이 넘치는 이 광야에 ,관객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자양분 삼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배울 것도 많지만 공연에 대한 애정 어린 진심과 열정이 관객 분들에게 전달이 되어서 감동으로 다가가길 소망 합니다. 앞으로도 극단안동과 지역예술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큰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 이 기사는 안동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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