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기획시리즈 "글 쓰는 경찰관 권태인 작가"
형사로서 또 작가로서 야누스적 삶을 살아가는 서정시인 권태인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과 한글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서 당당히 그 이름을 떨치는 그 날까지 마중물로서의 사명을 다한 글쟁이로 남고 싶다.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10개 팀을 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총 10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열두 번째 이야기, "글 쓰는 경찰관 권태인 작가"

글 쓰는 경찰관 권태인 작가

세계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최정예 특수부대인 대한민국 특전사에 자원입대, 그 죽기보다도 힘들다는 후보생 교육을 1등으로 수료한 후 6년간 특전용사로 복무, 경찰에 투신, 살인·마약사범과 조폭 등 강력범은 물론 지능범죄사범과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사기, 횡령 등 경제사범에 이르기까지 몸을 사리지 않으며 수사 형사 분야에서 일하던 태권도, 격투기 등 종합 무도 10단의 현직 경찰관 권태인,

그런데 이 경찰관이 때로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사랑의 아리아를 시로 창작하고 어떤 때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서정성 강한 시조로 표현하여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시인이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은 상반되는 그의 모습을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현직 경찰관으로 일하는 권태인 작가와 함께 그의 생각 속을 살짝 들여다보려고 한다.

Q.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앞서 소개해주신 바와 같이 특전사에서 6년 복무한 후 경찰에 입문하여 각종 범죄자들과 부대끼며 형사로 계속 일하다가 현재는 안동경찰서 치안센터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관이자 시인, 시조시인, 수필 등 3개 분야에 등단한 글쟁이이다.

Q. 지금은 치안센터에서 근무하지만 형사로 일할 당시 아주 유능하고 또 유명한 형사였다고 하던데

A. 유능하다기보다는 형사로서의 사명감에 따라 일했다. 그 결과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마약 등의 강력계는 물론 선거사범이나 공무원 사건과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사범 수사 등 사이버 분야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범죄들을 다루는 형사, 형사반장으로 일했으며, 한 번 물면 검거할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해서 범죄꾼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이젠 나이가 있어서 형사 일은 그만두고 조용한 치안센터에서 근무하며 그간 챙기지 못한 건강을 추스르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Q.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의 수상 경력은 어떻게 되나?

A. 일일이 숫자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각종 강력사범 검거 및 기획사건 수사 등을 통해 대략 40회 가량 중요범인 검거 유공으로 수상하였던 것으로 기억되며 수상한 표창들은 모두 직접 수사 활동을 한 결과이거나 또는 시합에 나가서 1등 한 결과로 수상한 것이며 수상한 표창의 종류로는 경찰청장, 지방경찰청장, 검사장, 보험 협회장 표창 등이 있다.

Q. 험한 형사 일을 하면서 어떻게 시를 쓰게 되었는지 또 그간 작가로서의 수상 경력은 어떤지 궁금하다.

A. 학창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는데 형사를 그만두고 지역경찰로 근무하면서 개인을 돌아볼 시간 여유가 많아졌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글들이 어떤 시인의 눈에 띄어 추천을 받으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지 5, 수필 분야 등단은 4, 시조시인 등단은 3년째인데, 그간 수상 경력으로는 대한 문학세계 시,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한맥문학 시조 부문 문학상, 대한문인협회 올해의 시인상, 문예춘추 선정 항일 민족시인 이상화 추모 문학상, 샘터 문학 시조 부문 우수상 등이 있는데 아직은 보잘것없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순직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직접 헌시를 써서 헌정

Q. 순직 경찰관을 추모하기 위해 직접 헌시를 써서 헌정하였다고 하던데

A. 그렇다. 2015. 10. 21. 70주년 경찰의 날 경주경찰서 고 이기태 경감이 철길에 드러눕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적장애인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은 열차에 받혀 순직한 일이 있었다.

그 이기태 경감의 숭고한 뜻을 받들기 위한 헌시 공모전에서 내가 쓴 "서라벌의 별"이 선정되었고 그 글은 경찰청과 코레일이 함께 경주역 광장에 건립한 고 이기태 경감 추모 흉상 좌대에 새겨져 있는데 동료 경찰관을 추모하고 그 유족을 위로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뿌듯하게 느낀다.

Q. 형사로서 또 작가로서 방송과 언론에 자주 출연했던 유명인으로 알려져 있다.

A. 그렇다. 형사로 일하면서는 경찰청 사람들, 특명 공개수배 24시 등 공익방송에 여러 번 출연했으며 직접 수사하여 검거한 절도단 이야기를 다룬 기획물에 전문수사관으로 출연하는 등 형사로 일하면서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비일비재했었다.

그리고 등단 이후에는 작가로서 KBS TV 토크쇼 아침마당에 출연했고 KBS, MBC 라디오 토크쇼와 지상파 및 종편의 각종 뉴스에 자주 출연했었다.

Q. 몇 년 전 작가가 쓴 시집이 출판될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 문학계에 파다했었는데 실제 출판으로 이어졌는지

A.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 작은 출판사에서 제의가 있어서 준비를 했었는데 그 무렵 부정청탁 방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었다. 사실 나 같은 무명시인은 기획 출판이 아닌 자비 출판의 개념으로 출판해야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책은 사서 보지만 시집은 얻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여 유명 시인이 아닌 무명시인이 자비 출판을 통해서 전업 시인이 되었다가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다.

요즘은 그 흔하던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를 잘 보지 못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출판기념회의 목적은 각종 명목의 후원금 조달이다. 나 역시 출판기념회를 인지도 제고의 기회로 삼고 아울러 출판비용과 출판기념회 부대경비를 마련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출판기념회에서 모여지는 후원금이라는 것이 딱 김영란 법에 저촉된다.  말단 공무원의 빠듯한 박봉으로는 그런 비용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당시로선 출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금년 말 명퇴 시점 이후 출판 예정이다.

Q. 시인이 쓴 시와 시조는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 서정성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사람으로서 가지는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순수한 감정을 글로 나타내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여러 감정 중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시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그리움이라는 것은 선한 영역에 속하는 인간 감정의 근원이라 볼 수 있고 또한 내가 그려내는 사랑과 그리움, 그 대상은 이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형제, 고향 등 다양하다.

Q. 시와 시조,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두 가지 창작활동을 병행하기에 힘들지 않은가.

A. 물론 시와 시조는 율격 면에서 많은 차이를 가진다. 현대시란 것은 일견 자유분방해 보일 정도로 율격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자유분방한 표현조차 리듬감 속에서 살아 숨 쉰다고 할 것이고 시조는 엄격한 율격과 정형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앞선 질문에서 서정성이 언급되었는데 서정성이라는 것은 시뿐만 아니라 시조에서도 충분히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관조적으로 표현되는 시조 안에서도 충분히 서정이 살아 숨 쉬는 글을 쓸 수 있다고 믿으며 시조 한수를 읽고 나면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시조를 쓰겠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시와 시조를 함께 작업한다.

Q. 서정이 깃든 시나 시조 한 수를 소개해 달라.

A. 하회마을 앞을 흐르는 낙동강변의 만송정을 잘 알 것이다. 작년 그 소나무 숲에 나갔다가 떠오른 시상으로 "만송정"이라는 시조를 지었는데 그 시조를 소개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최근 역점을 두고 창작하는 분야가 있는지 또 어떤 작가로 남고 싶은지 말해 달라

A. 첫 번째는 안동 기차역 앞에 우리 모두 잘 아는 대중가요 구절이 새겨진 노래비가 있다. 물론 대중가요도 문화예술의 한 갈래이다. 하지만 안동을 대표할 수 있는 많은 콘텐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점들을 살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는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앞서 소개한 시조 만송정처럼 하회마을, 하회탈, 월영교, 원이엄마 등을 시제로 하여 일련의 기획 시리즈의 형태로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는데 안동이라는 지역을 단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글을 집필해서 안동인들의 가슴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다는 것이 안동인으로서의 소망이다.

두 번째는 요즘 세상엔 발길에 차이는 것이 시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시인이라는 갑옷으로 무장한 채, 시의 범주를 넘어서서 가요, 가곡 분야까지 진출해서 경쟁적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듯 노랫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인데 다작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쓰는 좋은 작가가 되는 첩경이 아니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역시 내 글을 가곡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오신 음악가가 있는데 그분께 말씀드렸다. 그 노랫말만큼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오롯이 건져내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겠다 답했더니 그 음악가께서 꼭 해보자며 격려해주셨다. 우리 국민의 심금을 울릴 한 편의 가곡, 그 가곡을 작시한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 세 번째로 늘 느끼는 바이지만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리의 한글은 너무나 아름답고 세계적으로 더 우수한 문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과 한글 문학이 세계 문학사에서 당당히 그 이름을 떨치는 그 날까지 마중물로서의 사명을 다한 글쟁이로 남고 싶은 것이 내 인생 최대이자 마지막 목표이다.

* 이 기사는 안동시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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