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
안동오페라클럽 ‘카메라타’(Camerata)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10개 팀을 대상으로 올해 내에 총 10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안동지역에서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오페라클럽 '카메라타' 회원들과 바리톤 고성현 씨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사진제공 카메라타)

#아홉 번째 이야기 안동오페라클럽 카메라타

마니아가 아니라면 오페라는 일반인들에게 낯선 장르이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관객, 고가의 티켓,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 노랫말. 오페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영화나 뮤지컬과 같이 이야기와 음악이 있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왠지 모를 정서적 거리감과 장르 특유의 무게감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먼 유럽에서 귀족들이 향유했던 고급문화라는 인식 때문인지 부자들의 오락이란 인식도 강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것이 바로 오페라이다. 지루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막상 접하게 되면 자막이나 해설 없이 배우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풍부한 표정연기만으로도 작품의 내용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랑에 애달파하고, 흠모하는 이의 연인을 질투하고, 거대한 운명의 힘을 거스르려고 하는 각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희로애락(喜怒愛樂)과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 것이란 선입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익살 속에 풍자를, 비판 속에 낙관을 발견할 수 있다. 다소 멀게 느껴졌던 유럽판 마당놀이가 그리 낮 설게 만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오페라의 매력에 푹 빠져 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지역 내 오페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안동오페라클럽 카메라타이다.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든 순수 민간 오페라 감상모임이다. 한 달에 1~2번꼴로 모여 라트라비아타’ ‘사랑의 묘약’ ‘카르멘과 같은 오페라를 함께 감상한 후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혼자만의 감상을 넘어 타 회원들의 다양한 평가를 통해 개인적 감상의 폭을 넓히고, 또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감상모임을 4년째 이어가고 있는 오페라클럽 카메라타의 회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서면과 직접 만남을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회원들과의 일문일답.

Q : '카메라타'는 어떤 모임인지

A : 안동지역에서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오페라를 함께 감상하고 소감을 나누는 순수 민간단체이다. 매달 1~2회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매달 순 번을 정해 한 명씩 미리 공부한 작품에 대해 해설하고, 작품 감상 이후 회원들과 함께 감상평을 나눈다. 현재 모임에 등록된 회원은 모두 28명이다. 연령대는 30대에서 60대까지고, 직업군도 공무원, 자영업, 교수, 의사, 교사 등 다양하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무겁고 진지한 모임이 아닌 친목의 성격도 있다. 그렇지만 오페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전공자 이상이다. 감상회가 끝나면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오페라에 대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회원가입은 기존 회원의 추천과 동의로 이루어진다.

Q : ‘'카메라타'는 무슨 뜻인지

A : 카메라타(Camerata)는 원래는 작은 방을 뜻하는 이탈리어로, 16세기 이탈리아의 예술가 집단을 이르는 말인데, 당시 피렌체의 후원자인 바르디 백작 집의 작은 방에 모인 예술애호가들이 종합공연예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모여 만든 종합공연예술 작품이 현재 오페라의 시초가 됐다. 오페라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로 감상 동호회의 이름을 카메라타로 정했다.

카메라타 회원들은 모임 이후에 맥주를 함께 마시며 오페라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메라타 회원들은 모임 이후에 맥주를 함께 마시며 오페라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Q : 언제부터 활동했나

A : 201511월부터 테너 김민성 선생의 레슨실에 10명의 회원이 모여 첫 오페라 회를 가지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첫 모임에서 우병탁 안동병원 정신과장이 대표강사를 맡고, 정재엽 제일안과 원장이 회장을, 이정우 맘모스 대표가 총무, 그리고 테너 김민성 선생이 고문을 맡게 됐다. 당시 첫 감상회에 함께 한 창립 회원 대부분이 오페라에 대해 거의 문외한 수준이었다.

그런 면에서 첫 대표강사를 맡은 우병탁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우 선생님은 클래식 음악 해설가이자 풍월당 대표인 박종호 선생과 광장오페라클럽을 해오면서 오페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 회원들의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다음 달부터 첫 감상곡인 라트라비아타를 시작으로 사랑의 묘약’ ‘토스카’ ‘카르멘’ ‘리골레또’ ‘마농’ ‘돈조반니까지 연이어 해설을 도맡아 진행하며 우리모임의 수준을 굉장히 많이 끌어올려 주셨다.

이듬해 9월부터는 회원 각자가 한 작품씩을 맡아 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번이 돌아오는 회원은 작품에 대한 배경, 원작 및 대본 작가,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 줄거리 등 미리 공부한 내용을 회원들에게 설명하고, 작품을 감상한 후 각자의 소감을 나눴다. 매 모임 시간은 저녁 7시이다. 저녁식사를 못한 회원들을 위해 맘모스 대표인 이정우 회원이 창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4년째 빵과 음료를 챙기고 있다.

모임 초기에는 겨우 빌려온 영상장비가 작동 중 과열로 꺼지기도 하고, 투사되는 영상과 스크린의 비율이 맞지 않기도 하고, 작품영상 파일이 컴퓨터와 호환이 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되는 등의 자잘한 사고들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한 경험을 겪다 보니 이제는 다들 노하우가 생겨 웬만한 장비 관련 문제는 곧바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Q : 4년 동안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다면

A : 지금은 일신상 이유로 모임 활동을 그만두신 우병탁 선생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해설이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감상회 이후 우리 모임의 신입회원 신청이 줄을 이었다. 우리 모임의 성공적인 출발 신호탄이 됐다.

감상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강과 하우스 콘서트를 가지기도 했다. 풍월당 박종호, 작곡가 최은미, 음악평론가 정태남, 바리톤 고성현, 바리톤 김준동, 메조소프라노 에스더 리 단장 등 여러 전문가들이 초빙돼 부족할 수 있는 예술적 갈증을 해소시켜 주셨다.

지난 7월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 선생이 카메라타 고문인 김민성 선생의 초빙으로 안동에 내려와 카메라타 회원들과 함께 초청강연을 가졌다.
지난 7월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 선생이 카메라타 고문인 김민성 선생의 초빙으로 안동에 내려와 카메라타 회원들과 함께 초청강연을 가졌다.

특히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 선생의 특강 겸 하우스 콘서트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바리톤 김준동, 소프라노 정희경, 테너 김은국 선생의 하우스 콘서트도 인상적이었다. 특강은 작곡자 최은미 선생과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이탈리아 편을 맡았던 건축가 정태남 선생, 한국 최초로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를 제작중인 에스더 리 단장도 예술에 대한 큰 울림을 주었다.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바이블과 같은 불멸의 오페라저자 풍월당 박종호 선생의 2년 연이은 강의는 음악을 왜 들어야 하는가란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음악을 넘어 인문학적 사고로 예술의 가치와 알아볼 수 있었던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이런 특강과 하우스콘서트는 아마추어 오페라 감상 동호회인 카메라타의 수준을 크게 올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강연이었다.

Q : 오페라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오페라가 있다면

A : 서력의 기원을 그리스도 탄생 이전(Before Christ·B.C)과 이후로 나뉜다면, 오페라에선 마리아 칼라스 이전(Before Callas·B.C)과 후로 나뉜다고들 한다. 1천 가지 음색으로 연기했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는 그 자체로도 오페라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작품이 있지만 오페라에 흥미를 붙일 목적이라면 그녀가 출연한 작품 몇 편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우리 동호회의 첫 감상작품인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최초로 우리나라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기도 하고, 우리 회원들의 첫 사랑으로 감히 오페라 중의 오페라 라고 추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작품인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적’, 베르디의 아이다’ ‘리골레토’, 푸치니의 나비 부인’ ‘투란도트’, 비제의 카르멘등도 추천한다.

직접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으로 접할 계획이라면 영화와 단순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름의 매력과 시대적 상황을 대입해서 본다면 훨씬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오페라는 소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이 말은 역사, 문학, 음악 등과 같은 어렵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신경 쓸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담을 내려놓고 감상해 주길 바란다.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음정과 박자, 그리고 배우들의 감정이 더해져 텍스트에 대한 이해 없이도 등장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감동, 환희와 같은 감정에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은 오페라의 큰 장점이다. 그 시대의 삶의 지혜를 잘 녹여 놓은 한 편의 연극을 본다는 마음으로 접하게 되면, 오페라의 아름다운 감동과 환희를 맛볼 수 있는 것이다.

* 이 기사는 안동시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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