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잊혀져도 기록은 영원하다’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유경상 이사장
지역 내 근현대민간기록 수집·디지털아카이브화 나서
시민참여 통한 민간기록물의 지식기반 공동체자산화 앞장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10개 팀을 대상으로 올해 내에 총 10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여덟 번째 이야기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 H. Carr·1892~1982)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과거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지혜롭게 미래를 설계하라는 의미이다. 이는 기록이 있기에 가능하다. 잊혀져가는 과거의 기억들을 수집·기록해 후대에 안전하게 전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거대 역사를 관리하는 주체는 국가이다. 국가는 체계적인 기록관리를 통해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당대의 통계자료 등과 같은 국가기록을 수집·보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기록물, 특히 근현대 시기 민간의 기록물에 대한 관리는 거의 방치되고 있는 수준이다. 지역민들의 근대 생활사 등과 같은 민간영역의 기록물들은 개인이 보관하다 유실이 되거나, 세월 속에서 사장되기 일쑤이다.

이에 경북 안동에선 기록되지 않은 역사, 사라져 가는 근현대 민간기록물(간행물, 사진, 영상, 음원, 증언 등)들에 대한 수집 및 디지털화의 필요성이 2013년부터 민간 차원에서 제기되었다. 이듬해 아카이브연구회가 발족되고 기록화사업이 안동시 공약사업으로 추진되는 등 근현대 민간기록 수집·관리에 관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탄생한 근현대기록물수집 관리기관이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사장 유경상)이다.

기억은 잊혀져도 기록은 영원하다는 모토로 시민들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민간기록물을 디지털 아카이브(archive)화 하는 것이 연구원의 주된 업무이다. 사라져 가는 지역사회의 가치 있는 근현대 민간기록물을 재가공해 반영구적으로 보관하고,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산업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 및 가공된 민간기록들은 지방의 역사기록 차원을 넘어 그 지역의 소중한 미래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이에 지역의 역사, 문화, 생활 영역의 근현대 민간기록 수집·기록화에 몰두 중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유경상 이사장을 만나 기록(記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사단법인 경북기록문화연구원 유경상 이사장

Q : 연구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

A : 기록물을 단순하게 나누면 공공기록과 민간기록이 있다. 저희 연구원은 민간기록물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주목을 하고 있다. 민간기록물에는 사진, 일기, 편지, 학교앨범, 기념책자, 개인의 단행본 등등 수 십 가지가 있는데, 이것들이 그냥 흩어져서 방치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이 민간기록물 속에는 지역과 주민의 기억과 경험, 소중한 삶의 문화들이 담겨져 있는데 그냥 소멸되고 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왔다.

그래서 이러한 민간기록물을 지역사회의 공공적 자산으로 전화시킬 방법은 뭘까? 그리고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창조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궁리를 하다가, 뜻있는 분들과 연구모임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00년이라는 지역의 근현대시기에 생산된 민간영역 속의 생활기록물과 문화유산에 대한 수집활동을 하자, 그런데 현 시대가 인터넷사회인 만큼 이를 거대한 디지털 기록저장소에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화 시켜내는 활동을 해보자라고 결론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은 주민 스스로가 기록물을 수집하고 참여하고 공유해내는 시민참여형 아카이브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법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지역에 산재한 옛 사진이나 문서와 같은 민간기록물들을 수집해 디지털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각 가정에서 개별 보관하고 있는 소중한 민간기록물들을 유실·소멸되기 전에 수집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이다.

Q : 언제부터 활동 했나

A : 1995년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후,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소수의 연구를 넘어서서 지역민을 주체로 참여시키는 종합사, 생활사, 문화사 등의 영역에 대한 대중적 참여가 다수 부족하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현대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화유산은 분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기록과 구전, 유물이나 유적, 영상 및 디지털자료 등으로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적 논의가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지역의 문화기관 또는 소장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방법론이 적극 논의되어야 했고, 동시에 개인별로 소장한 기록물의 기증, 위탁, 임대를 촉진시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 참여시켜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그런 가운데 2013년 지역을 중심으로 사진이나 간행물과 같은 근현대 시기 민간차원의 기록물에 대한 수집 및 디지털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다음해인 2014년에 안동근현대생활사기록관 설립사업이 안동시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5부턴 안동아카이브연구회를 발족, 같은 해 안동역사기록관 설치 관련 연구용역 발주 및 최종보고가 이뤄졌다.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 본격 활동을 시작한 해는 2016년부터이다. 연초에 창립총회를 갖고, 6월엔 경북도로부터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획득해 실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시민들의 주체적인 지역의 기록 발굴 및 보존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Q : 하는 일은

A : 발굴, 수집한 민간기록물을 디지털 아카이브화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민간영역의 여러 기록을 분산해 보존은 하되, 시민의 요구에 따라 하나의 디지털 공간 안에 플랫폼적 기능을 갖는 집적활동이 필요해 져 있다. 기존의 여러 기관과 조직들이 서로 간에 협력체계를 만들어서 여러 영역의 기록물을 한 곳으로 집적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북방식 위키피디아 인터넷백과사전이나 구글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또한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지역생활 속의 사람이나 공간, 기관 등에 대해 조사하고 기록지로 발간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안동댐 수몰마을 기록화, 안동문화권 내 3대 종교(기독교·불교·천주교) 기록지 발간, 안동기차역 기록화, 시민기록물 수집, 옛사진도록 발간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들의 기록문화 관련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시민 아키비스트 양성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민간 기록물을 확보·기록화 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연구원의 활동상황을 알리고 기록과 관련한 지역사회의 문화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정기소식지인 기록창고를 지난해 연말부터 계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학술·전시사업 분야에선 기록 및 아카이브 전문가를 초청하는 특강을 정기적으로 갖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학술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Q : 경북도내 지회 설립 계획이 있나

A : 올해 7월 상주지회가 먼저 창립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상주지역의 근현대 기록물을 발굴·수집하고, 아키비스트 양성 교육을 통한 기록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연구원의 활동 영역을 확장시킨 셈이다. 이외에도 울진과 영덕, 구미·칠곡, 예천 등에서 지회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향후 도내 각 지회와 연계해 도()단위 광역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경북의 시·군 단위에 지회가 설립되면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 추구하는 시민참여화, 기록자치화의 목적은 1단계로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Q : 시민참여프로그램이 있는지?

A : 교육사업으로 시민아키비스트 양성 아카데미를 20178월부터 개강해 운영 중이다. ·하반기로 나눠 매년 2회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첫해 42명의 시민아키비스트가 이 과정을 수료했다. 주요 커리큘럼은 아카이브 관련 이론 교육과 나의 생애사 쓰기’, ‘포토에세이 만들기’, ‘우리동네 기록하기등 실습교육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는 올 하반기 교육생을 모집 중(10.17~10.31)인데 벌써 6회째를 맞고 있다. 이번 아카데미의 주제는 포토에세이로 완성하는 동네 기록 프로젝트이다. 안동 원도심인 중구동의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는 것이다. 중구동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각 분야 전문가 강의를 통해 익히고, 현장을 찾아 사진과 구술로 기록해 동네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결과물을 묶어 포토에세이집으로도 발간할 계획이다.

또 시민아카이브 역량강화 사업으로 초청특강 및 세미나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기록 관련 사례를 알아보고, 토론을 통해 지역의 현실에 맞는 기록 관리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다.

Q : 현대사회에서 민간기록 수집이 갖는 의미는

A : 공적인 기록은 국가기록원이나 도서관, 박물관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발굴·수집·보존 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미시생활사는 거의 방치되어 소멸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 장롱·앨범·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옛 사진들과 그 시절 모습이 담긴 일기, 편지, 수첩 등은 먼지를 켜켜히 먹고 사라져버리거나 멸실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기록의 수집과 관리는 주민 스스로가 그 가치를 먼저 깨달아야 할 때다.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는 기억과 기록물 수집, 디지털 아카이브화는 창조적인 기록자치 활성화의 첩경이라고 본다. 각 지자체에서도 민간기록물의 체계적 수집과 보존을 위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가져야 할 때다. 지방소멸과 지방쇠락을 극복해 나가는데에 근현대생활사 기록물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Q : 향후 계획은

A : 사라져 가고 있는 경북의 가치있는 근현대 민간기록물과 문화유산을 발굴, 조사, 수집, 보존, 활용해내는 중장기적 종합플랜이 절실해지고 있다. 주민생활 속에 담겨있는 기록과 자취, 기억은 거대한 보물창고와도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흩어진 채 소멸되고 있는 민간기록물과 유산을 지역사회의 공동체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활동이 우리연구원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도내 다수 시군단위에 지회를 설립하고, 경북 광역단위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안동 근현대생활사기록관 설립을 통해 테마별 아카이브사업 추진, 시민참여형·지식지능형 일자리 창출 등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안동을 출발지역으로 해서 경북전역에서 시민아키비스트를 양성해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적극 유도해내겠다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다시말해 민간기록활동가들이 중심이 되는 민간주도형으로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근현대생활사 기록센터를 설립해내고, 또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주민참여형 아카이브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또하나의 전략적 목표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민간기록물 속에는 우리 지역의 주민의 기억과 경험, 소중한 삶의 문화들이 담겨져 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근현대라 했을 때, 이 조차도 순간순간 역사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이렇게 보면, 지난 100년 동안의 민간기록물을 모으고 아카이브화하는 행위는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세대에 남기는 매우 중요한 공공적 사업이다. 또한 보통사람들 모두가 스스로 기록하며 살고 있지만, 지금부터는 한 단계 높여서 어떻게 기록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우리 스스로가 재발견 해내는 것이다. 특히 그냥 흩어져 방치되고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거다. 다시말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민간기록물을 수집하고 체계화시켜 내면 지역사회의 공공적 자산으로 전환시켜낼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것은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창조할 수 있다는 점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

나아가 어느 정도 기록물량이 온·오프라인에 축적하고 쌓이게 되면 이를 지식지능형 콘텐츠사업으로 활용할 센터 건물이 필요해진다고 본다. 우리는 이를 생활사기록관 또는 기록센터라고 구상을 하고 있다. 집단지성이 형성되는 온라인에 기반하면서 동시에 지식형 청년·노인 일자리창출 사업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런 일자리에는 다양한 컨텐츠 산업이 포함될 수도 있다. 도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 이 기사는 안동시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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