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안동의 문화예술人 이야기’(2)
[기획연재]‘안동의 문화예술人 이야기’(2)
  • 안동인터넷신문
  • 승인 2019.08.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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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지역 문화 놀이터 ‘권오준미술관’
[인터뷰]권오준미술관 권오준 관장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보단 ‘생활 속 예술’을 지향

안동인터넷신문사는 안동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심층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시리즈 안동의 문화예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공연예술 등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단체 및 인물을 직접 찾아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이들의 활동상을 인터넷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공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를 비롯해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동아리까지 분야, 장르, 규모 등을 막론하고 취재대상의 범위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시리즈는 문화예술분야 단체 및 개인 10개 팀을 대상으로 올해 내에 총 10회 연재될 예정입니다.

안동 문화예술인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 내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문화생태계가 보다 건강해지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두 번째 이야기 권오준 미술관

권오준미술관은 조소작가 권오준 씨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안동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개인 명의로 매입한 면적 3,300땅에 작품 활동 및 전시가 가능한 2층짜리 건물을 작가가 손수 지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공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지난 20143월 정식 개관한 이후 어느덧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이곳에서 열렸고,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미술관을 다녀갔다. 모든 장르가 어우러지는 소통과 융합의 공간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무겁고 어두운 예술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가벼운 것만을 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술은 어렵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가 보고, 느끼고, 만들고, 그러면서 즐기는 예술이 되길 지향한다.

지역민들에게 예술의 진정한 맛과 즐거움을 전파하고 있는 권오준 작가.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향토작가 권오준을 만나본다.

Q : 권오준미술관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 ‘권오준미술관의 원래 명칭은 이름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OJ미술관이었다. 201310월에 준공됐으니까, 벌써 6년이 다돼 간다. 부지는 대략 1천 평 규모다. 1층에는 수장고와 작업실, 2층에는 전시실, 게스트하우스, 카페가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이곳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연중 상시 개방하고 있다. 예술 전 장르를 아우르는 문화놀이터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다.

지난 연말에는 작은 화재가 발생해 한바탕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불이 나면 대박이 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올해 유독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곳 미술관에 보관된 작품은 모두 드로잉, 조각, 설치작품 등 모두 500여점이다. 이 작품들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로 아름다운 조각공원을 안동에 만드는 게 목표다.

Q : 본인만의 예술 철학이 있는지?

A :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좀 더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다. 이해하기 어렵고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들도 물론 소중하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자유로운 형태로 표출되는 그런 작품들이 우리에게 좀 더 편하게 와 닿는다.

예를 들면, 미술관 앞마당에 설치된 철재 구조물을 보면 언뜻 예술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은 편안하게 누워 쉴 수 있도록 만든 아치형 벤치이다. 아이들은 이 작품 양쪽에 한 명씩 앉아 시소처럼 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안전하면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생활 속 예술작품인 것이다.

나도 한때는 어둡고 무거운 작품만을 만든 적이 있었다. 삶이 힘들고 복잡한 때였는데, 그 당시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반영됐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스마일(웃음) 작품이다. 웃는 얼굴을 만들다 보니, 내 표정도 저절로 웃는 얼굴로 바뀌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일종의 자기 극복의 결과였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그런 재밌는 작품을 더 좋아하고 재밌어한다.

지난 2013년 겨울 안동 용정교와 영가대교 사이 반변천 빙판 위에 가로 120m 세로 80m 크기의 스마일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40여명의 인력이 동원돼 23일간 만든 작품이었는데, 25t 트럭 7대 분량의 자갈 150t이 사용됐다. 화학재료인 물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얼음과 돌 등 친환경 소재로만 만든 작품이었다. 허물어져가는 자연에 대한 아쉬움을 최소한의 가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에 사용된 자갈은 겨울이 가고 얼음이 녹으면 그대로 강바닥으로 가라앉아 자연으로 돌아갔다. 작품 속에 자연의 소중함과 이를 지키려는 인간의 마음을 담아내고 싶다.

Q : 최근 근황은?

A : 지난 5월 일본 대마도에서 국내 설치작가 5명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한진해운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 초청 전시전회였는데, 일본의 삼나무 숲속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한국의 조소작품을 일본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다음 달에는 중국 심양 노신대학교 내 노신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노신미술관은 조각 분야에선 중국 내 최고시설이다. 중국 작가들조차 전시하기 힘든 자리이다. 이런 곳에 저를 포함해 한국 작가 5명이 초대를 받았으니 무척 영광스럽다. 수준 높은 한국의 미술을 대륙에 널리 알리고 싶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 간의 미술교류의 물꼬도 트고 싶다.

전문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던 시기에는 주로 돌을 소재로 작업했다. 그리고 쇠, 최근에는 나무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Q : ‘도마작가로도 유명하던데?

A : ()작업 후 남은 자투리 나무로 만든 도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최근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는 느티나무와 박달나무만을 재료로 사용해 도마를 만든다. 특히 박달나무는 조직의 밀도가 높아 단단하기가 나무 중 으뜸이다. 그래서 오래 사용해도 칼자국이 잘 생기지 않고 음식물 국물이 도마에 스미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칼의 재질이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지는 만큼, 도마도 칼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재질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50년 이상 자란 박달나무만을 사용해 도마를 만든다. 박달나무는 워낙 조직이 옹골차고 단단하기 때문에 수생 50년이래도 지름이 고작 30정도이다. 한국에선 박달나무를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도마재료로 취급하는 곳도 없다.

특히 도마에 동백기름을 발라 표면처리를 하는데, 일반 들기름과 달리 항균효과가 뛰어나고, 보습지속력도 가장 오래가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머리에 동백기름을 발랐던 원리와 같다. 일종의 천연 코팅인 것이다. 제대로 된 도마는 대를 이어서 쓴다고도 한다.

박달나무는 거의 강원도 일대 고산과 경북 봉화지역 등지의 고지대에서 자생한다. 특히 봉화의 박달나무가 그 중 으뜸이다. 통나무를 잘라와 최소 3년 이상 그늘에 건조시킨 후, 적당한 두께로 켜서 또다시 3년의 건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박달나무처럼 밀도가 높은 나무는 건조가 다 된 것 같아보여도 미세한 수분이라도 남아있게 되면 나무의 끝 부분이 터지거나 말려 올라갈 수 있다. 그래서 도마로 제작할 수 있는 크기로 자른 후 또다시 한 달 정도 보관한 후 변형이 없는 것만 골라 최종 마감작업을 하게 된다. 제작시간보다는 재료 자체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생산량도 많지 않다. 도마의 이름은 권오준미술관의 트레이드마크인 스마일에서 착안해 미소’(美小)라고 붙였다.

도마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는 구두주걱이나 등산용지팡이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남은 재료를 버리기 보다는, 실생활 속에서 쓰임새가 있는 작은 용품으로라도 만들어 나무에 또 다른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싶어서다.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나만의 방식이다.

도마를 만드는 작업은 작품 활동과는 구분된다. 예술보다는 공예의 분야에 더 가깝다. 디자인이나 미적 가치보다는 실생활 속 기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기 때문이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옻칠에 관심 가지고 있다. 워낙 예민한 재료라서 참 어려운 작업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온도와 습도, 바를 때 두께 등 신경 쓸게 정말 많은 작업이다. 최근 작업실에 옻칠 전용 건조장을 만들었는데, 다른 칠 재료와 달리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줘야 건조가 잘 된다. 나무를 침수해서 건조시기를 앞당기는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옻칠 건조는 정말 상식의 틀을 벗어난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실패를 거듭하며 공부를 하면서 현재는 기술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실생활에서 나만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녹여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Q : 마지막으로 한 마디.

A : 대한민국의 많은 작가들이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데, 재료를 넉넉히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되고, 작품 활동에 투자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포기한 채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이 식게 되고, 예술 감각도 떨어지면서 결국 작품에 손을 놓게 되는 것이다.

젊은 작가들이 아트페어나 미술관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화랑과 계약을 맺는데, 작품 판매금의 대부분을 수수료로 떼이게 된다. 결국 갤러리만 배불려 주는 구조이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폐단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가들이 열심히 작품을 만들고,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갈 수 있는 예술계의 구조개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인터뷰, 정리, 사진촬영 권달우 기자

* 이 기사는 안동시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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