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조상인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박화목 시인의 시에 작곡가 윤용하가 곡을 붙인 우리가곡 '보리밭' 입니다.

어릴 적 소먹이 꼴베러 고개 너머 푸른 보리밭이 그림처럼 펼쳐진 들녘에서 미루나무 그늘 아래 더위를 식혔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보리가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1학년때 6 학년 동네 형을 따라가서 작은 양은그릇에 나누어 주던 옥수수죽 한 그릇 학교급식 받아먹었던 그 맛이 지금까지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 좋았습니다.

옛적 보릿고개 가난했던 시절 밥에 잡곡보다 나물이 더 많이 들어간 잡곡밥 먹었던 것이 지나고 보니 오늘날 나의 건강을 지켜준 최고의 웰빙식 이었던 것입니다.

중고등 시절에는 혼·분식 정부장려정책에 떳떳하게 꽁보리밥 도시락을 안 가리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한국농업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오늘날 농악대의 깃발에만 살아 있습니다.

농업이 망한 바탕 위에서 국가의 성장은 있을 수 없다라는 시각과 농업은 경제성장의 귀찮은 걸림돌이란 시각이 뒤엉켜 있습니다.

보릿고개를 겪으면서 굶주린 배를 안고 농업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와 헬스클럽에서 살을 빼기 위해 땀을 흘리면서 농업은 귀찮은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살고 있습니다.

농업은 국내자원 의존적 산업으로 식량을 제공하고 수자원을 함양하고 대기를 정화시키며 고령화된 노동력을 고용하는 산업입니다.

농업생산이 환경에 기여하는 것을 OECD에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하고, WTO에서는 농업의 비교역적관심’(non-trade concerns ; NTCs)이라 부릅니다.

글로벌 경쟁시대가 심화되면서 자원과 환경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고 식량위기마저 가시화되고 있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식량안보에만 치우쳐왔던 전통적 관심이 에너지원천 생산적이고 자원순환적인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비록 농업이 우리경제의 성장견인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작지만 우리경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으로서의 가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농업은 이제 바야흐로 "경관농업" 그리고 "6차 산업"으로 변신중 입니다.

경관농업이란 농촌의 자연환경과 농업 환경으로 어우러진 경관을 관광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며, 6차 산업이란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산업을 말합니다. 농촌 관광을 예를 들면, 농촌은 농업이라는 1차 산업과 특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재화의 생산(2차 산업), 그리고 관광 프로그램 등 각종 서비스를 창출(3차 산업)하여 이른바 6차 산업이라는 복합 산업공간으로 변화합니다.

농업문제는 차가운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최소한 수준 정도로 농업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어떻게 하면 농민들의 소득향상과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놓고 변곡점에선 한국농업에 대해 정부와 농민단체 그리고 농업전문가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쿠즈네츠(S. Kuznets)는 농업을 소홀히 하더라도 후진국에서 중진국까지는 갈 수 있어도 선진국까지는 진입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지구위에 많은 자원들이 존재하지만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킬 만큼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희소성의 법칙입니다.

절대적 가난은 극복되었지만 상대적 불평등이 우리들을 불행하게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디지털시대 영원한 낙오자 될까 조바심하는 경쟁시대에 보리가 익어가는 이 계절 소달구지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가보고 싶습니다.

주말 도산서원 건너편 안동호섬마을 청보리밭 축제에 다녀오려 합니다.

"거칠은 내 동산에 샘 하나를 찾았어라

물인들 많사오리 웬 맛인들 좋으리만

임이여 오시옵소서 샘물을 마시옵소서"

-춘원 이광수의 시조 중에서-

                                                                        조 상 인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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