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 죽고 말았고, 그 자리엔 수선화가 피어났다. 수선화(narcissus) 향기의 마취 성분에 연유하여 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arcotics’가 유래했다고 한다.

권영세 안동시장

마약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 고대부터 고통을 억제하는 민간요법으로 사용돼왔다. 기원전 3,000여 년전 수메르인들이 아편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고, 기원전 1,500여 년 전 파피루스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2,727년 중국 최초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대마 씨앗을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고, 삼국지에는 화타가 대마로 마취해 수술 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대마가 오장의 기가 부족할 때, 정신을 맑게 하고 딸꾹질,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수백 년 간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해온 대마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마 속 유용한 물질이 의약 원료 등으로 활발히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마라고 알려진 대마초(마리화나)는 대마의 꽃이나 잎에서 추출된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환각 성분을 이유로 역사적으로 숱한 사회적 이슈를 생성하며 부정적 시각을 고착화해왔다.

이와 구별하여 헴프는 대마 속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0.3% 미만인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한다.

헴프에는 CBD(칸나비디올)라는 천연 성분이 있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간질 발작을 조절하며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뇌전증, 치매, 파킨슨병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미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칸나비디올(CBD)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어어나가고 있다. 미국 그랜드 뷰 리서치(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7년 전세계 대마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러시라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마초 합법화 공약과 함께 기대감을 모으던 지난해 12,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마 활용을 위한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2020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대마 주산지인 안동 일대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 자유특구에 지정했다. 이로써, '마약'은 곧 '범죄'라는 사회통념과 마약류관리법 등에 막혀 70여 년 동안 시도조차 못한 대마를 활용한 산업화의 문이 비로소 열리게 됐다.

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의 헴프특구에는 2021년까지 약 3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특구사업에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한국콜마, 유한건강생활, 교촌에프앤비, 우경정보기술 등 21개의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안동 대마 재배지에는 최신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팜이 조성됐고, 앞으로 6개 기업에서 약 20톤의 헴프를 재배해 총 62kgCBD(칸나비디올)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제조와 전주기 이력관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헴프 활용을 위한 모든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공정 전주기에 대한 표준 방식이 도출되면 이를 근거로, 마약류관리법도 개정될 전망이다.

안동시는 헴프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대한민국 헴프 산업을 견인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특구 사업으로 30여 개 기업이 안동에 유치되면 신규고용 약 70여 명과 함께 수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대형 공장이나 중견 기업이 없는 안동으로서는 청년 일자리 마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수백 년간 옷감으로 활용되며 명맥을 이어온 대마가 바이오 신기술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고령화,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동시장 권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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