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말한다. 지나가는 노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소설책 몇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이니 그럴 법하다. 동시대를 관통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치열하게 세상과 맞짱 뜬 여장부를 만났다. 스무 살에 아이 업고 보따리 장사 시작해서 입으로 말할 수 있는 장사는 다 해봤다는 박호녀 할머니다. 장사도 이문만 남기지 말고 베푸는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굽이마다 지나온 발자국이 우리 근대사와 많이 겹친다. 호명면 밀양박씨 여식이라 박호녀박호녀 할머니는 1932년 경북 예천군 호명면 오천리에서 태어났다.